NOW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뜨겁다. 핵심은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하자’는 것. 하지만 세상이 소프트웨어 교육에 눈길을 주기 전부터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가 있다. 김현철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컴퓨터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삼성전자 주니어소프트웨어아카데미(이하 ‘주소아’) 자문교수 겸 주니어소프트웨어창작대회(이하 ‘주소창’) 일반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7일, 한국 소프트웨어 교육의 현주소를 짚어보기 위해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소프트웨어, 4차 산업혁명 핵심 될 것”
18세기 전 세계를 휩쓴 1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더 이상 실을 만들기 위해 물레를 돌리지 않게 됐고 마차가 달리던 길엔 기관차가 들어섰다. 21세기, 세상은 다시 한 번 변하고 있다. 김현철 교수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것이다. 김 교수는 “1차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인간의 육체 노동을 대신했다면 이젠 소프트웨어가 정신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새로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가 융합된 4차 산업혁명에서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김현철 교수는 “1차 산업혁명 이후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이후에도 직업 시장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보스포럼(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표된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생의 64%는 현존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겁니다. 환경이 바뀐다면 교육 또한 그에 맞게 변해야 하고, 그 중심엔 소프트웨어 교육이 있어요. 이젠 과거가 아닌 미래를 가르쳐야 할 때죠. 소프트웨어적 사고는 미래 세대에 꼭 필요한 역량이 될 겁니다.”
“삼성전자 교육 모델, 핵심은 ‘문제 발견’”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 잡기에 현행 교육과정은 갈 길이 멀다”는 게 김현철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심어주고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운영 중인 주소아와 주소창이 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2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주소아의 경우 기업 주도로 시작된 소프트웨어 교육의 최초 사례란 점에서 뜻깊다”며 “소프트웨어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 좋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교수 연구실 벽에 붙어 있는 ‘지속가능(sustainability)’이란 단어는 그가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다
전문가 입장에서 본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교육의 장점은 뭘까? 김현철 교수는 주소창과 주소아를 “4차 산업혁명 이후 세대에 필요한 역량을 배우는 데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평했다. 이전까지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학습자에게 문제를 제시한 후 그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주소창은 다르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직접 문제를 찾아 이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 방식이기 때문. 김 교수는 “삼성전자가 제시하는 교육 모델의 핵심은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이 아니라 ‘문제 발견(problem finding)’”이라며 “문제를 직접 찾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를 표현, 해결하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현철 교수가 언급한 주소창의 또 다른 장점은 ‘부트캠프’. 주소창 지원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부트캠프는 2박 3일간 진행되며 삼성전자 내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멘토로 함께한다. “부트캠프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죠. 현업에서 활동 중인 멘토를 만난단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겐 그 의미가 클 거예요. 이런 교육이 앞으로도 계속돼 아이들이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토양으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소프트웨어로 세상 만나는 아이 많아지길”
김현철 교수에겐 삼성전자와 함께 작업하며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학생들이 있다. 지난해 주소창 참가자 중 지방에 계신 할머니를 위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든 세 명의 여학생이 그 주인공. 비록 수상하진 못했지만 아이들만의 시각으로 찾아낸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했단 점이 인상 깊었다.
“세 명 모두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있었어요. 자주 찾아 뵙고 싶은데 학업 때문에 그럴 수 없었죠. 약을 드셔야 하는데 약 먹을 시간을 까먹고, 재배한 채소를 보내야 하는데 주소를 까먹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먹을 시간 알려주는 앱’과 ‘주소 관리 앱’을 만들었더군요.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뭔가를 기술적으로 잘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소프트웨어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아이들이 배우고 갖춰야 할 역량 아닐까요?”
김현철 교수에게 소프트웨어는 ‘세상과 아이들 간 간격을 메워주는 연결 도구’다. “요즘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과 실제 세상 사이엔 일정한 ‘간격’이 존재합니다. 그 사이에 소프트웨어를 넣어주는 순간, 아이들은 세상과 연결될 수 있어요.” 그의 지론에 따르면 지금 이 시각에도 아이들은 주소아와 주소창을 통해 끊임없이 ‘진짜 세상’을 만나고 있다. “주소아와 주소창, 그리고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교육의 가교(架橋)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대학생기자단